현무암 - 자갈 생각보다 성공하는 것이 더 쉬운 이유

노악산 아래 사하촌은 붉게 익은 감들이 선한 이마를 드러내고 마을을 밝힌다. 계절의 아름다움은 늘 저기에 새롭게운 모습으로 있어 생각이 시리다. 어느 집이라도 문 열고 들면면 가을볕에 그을린 얼굴들이 반겨 줄 것만 같다. 꼼꼼히 겨울이 들어차 있는 노악산 골짜기 멀지 않은 곳에 천년고찰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남장사는 경상북도 팔경 가운데 하나로 신라 흥덕왕 3년(831년) 진감국사 혜소가 창건하여 장백사라 했다가 고려 명종 18년(1187년) 각원 화상이 현재의 터에 옮겨 짓고 남장사라 했다. 보물이 네 점이나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일주문이 보수중이라 보광전으로 통하는 옆문으로 들면니 지방 방송사에서 취재를 하느라 분주하다.

돌담길을 따라 계단석 내려오다 담장 너머로 발생하는 경내의 풍경에 생각을 빼앗기고 말았다. 스님의 예불 소리에 조용히 타오르는 엄숙한 기도들, 소란스러움을 잠재우는 무구한 눈빛들이 싸하게 가슴을 적신다. 대적광전 열린 어간문 안으로 나올 수 있는 젊은 스님의 뒷모습이 유난히 고독하다. 숨죽인 탑과 나무들, 허공조차 불심으로 물들어 툭 건드리면 유채색 물감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천년고찰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으며 올곧은 https://en.search.wordpress.com/?src=organic&q=디딤석 정신을 지켜온 남장사는 층층시하 위계 질서가 느낌이 드는 전각들의 배치조차 권위적이지 않으며 구조물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편안하다. 내실을 다져온 명찰다운 풍모 속에는 안온함이 흐른다. 극락보전 옆에 일촌의 역사를 가진 탑들조차 천년 고찰에 어울리는 것은 나무 한 그루에도 불심의 역사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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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 1635호)이 봉안된 극락전 안에서는 떠난 이의 영혼을 달래는 제(祭)를 지내는 중이다. 은행나무가 유난히 슬퍼 볼 수 있습니다. 영산전 오르는 나무테크 위로 떨어지는 샛노란 이별의 몸짓들, 스님의 경 읽는 소리가 애잔하다. 법당에서 슬픔을 정리하는 가족보다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고 서 있는 내게 더 큰 쓸쓸함이 누적된다.

누구라도 최고로 아름다웠던 한 때를 품고 이승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면 좋습니다. 그때부터 고객은 하염없는 부재의 기다림과 그리움을 안고 해마다 남장사를 찾아오리라. 겨울날의 평화가 망자의 영혼에도 깃들길 기도하며 보광전을 향해 점점 걸음을 옮긴다. 천년고찰 가슴팍 위로 쏟아지는 햇살들이 나를 살며시 일으켜 세운다.

얕은 여름볕이 배를 깔고 누운 보광전 법당에서 나는 기도한다. 가을날의 섬세한 숨결같은, 그런 사람 되게 해 주소서.

철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 990호), 후불탱으로 봉안된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 제 922호) 두 보물의 시선이 두런두런 바깥으로 쏠린다. 빠르게 보광전을 빠져 나갔다.